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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 2024. 3.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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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불로 굽는 이유.

     숯불은 가스 불에 비해 약 4배의 적외선을 만들어 내며 그 대부분이 파장 긴 '원적외선'이다. 복사열인 적외선은 직진하므로 바람과 관계없이 표면이 빠르고 균일하게 구워져 풍미를 잃지 않는다. 또한 파장이 짧은 '근적외선'도 숯불에서 방사되기 때문에 재료 내부에 침투되어 서서히 가열된다. 따라서 표면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부드럽게 구워진다. 이것이 숯불구이가 맛있는 이유이다.

     

     석쇠, 혹은 꼬챙이를 이용해 생선이나 고기를 굽는 것을 '직화구이'라 하고, 프라이팬과 오븐을 이용해 굽는 것을 '간접구이'라 한다. 직화라 해도 재료를 직접 불에 대는 것이 아니라 석쇠 위의 식품은 주로 숯불이나 가스와 같은 열원으로부터의 방사(복사)열과, 가열된 공기의 대류에 의해 가열된다. 그렇기에 공기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 원적외선이 많은 숯불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스는 간단하게 화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일단 피어오른 숯은 적당한 화력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계속 강한 불 그대로 두는 수밖엔 없다. 따라서 재료를 알맞게 가열하기 위해서는 숯불과 재료의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탈 수 있으니 불에서 떨어뜨려 놓는다.

     적외선 발생량은 온도에 비례하지만, 숯은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복사열이 매우 강하고, 더불어 가열된 공기가 숯불 위 일대에 자욱이 낀다. 표면 단백질이 바로 응고되어 막이 되기 때문에 맛과 수분이 유지 됨은 물론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가열되어 단시간에 열이 통과한다. 강한 불로 표면이 한 번에 구워져 단단해지고 단시간에 빈틈없이 가열되기 때문에 표면은 적당히 노릇노릇하고 속은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상태로 구워진다.

    *추가로*

    구이는 물과 수증기를 매개로 하여 열을 전달하는 '삶는 요리'나 '찜'의 방법과 비교하면 그다지 열효율이 좋지 못한 가열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이'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잘 구운 생선과 고기는 표면은 적당히 타서 고소하고 속은 부드러워 재료 자체의 맛을 맛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이만의 독특한 냄새

     '구이'의 매력 중 하나는 적당히 눌어붙고 날것일 때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구수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날것일 때 특유의 불쾌한 비린내가 나서 신경 쓰이는 고기와 생선 등은 양념을 첨가해 구우면 불쾌한 냄새를 없애 식욕을 돋우는 향을 낼 수 있다. 가열하면서 나는 구수한 냄새를 로스트 플레이버(Roast flavor)라 부른다. 다양한 식품의 로스트 플레이버에 공통되는 향긋한 성분은 피라진이라 불리는 화합물의 한 무리이다. 그 외에 프랑류, 질소화합물, 이온화합물, 카보닐화합물 등이 더해져 그 식품 특유의 구수함을 만들어 낸다. 가령, 밀가루, 설탕, 계란은 주성분으로 하는 과자에는 과자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난다. 이 향의 성분은 furan화합물이라 하며 놀랍게도 스테이크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다수의 재료가 한데 섞여 가열되면 생성되는 향도 복잡해진다. 설탕을 태워 만드는 캐러멜 소스는 캐러멜 향이라 불리는 특유의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데 당분과 단백질, 아미노산을 함께 가열하여 태우면 아미노카르보닐 반응이라 불리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한층 더 맛있는 향이 탕생한다.

     음식 재료를 가열하여 생기는 향에는 대체로 이 아미노카르보닐 반응이 관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선과 고기를 그대로 굽지 않고 설탕과 간장, 맛술 등을 섞은 양념장에 묻혀 '양념구이'를 만들 때 더욱더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 아미노카르보닐 반응 때문이다.

    *추가로*

    당분이 더해지면 향의 근본이 되는 화학반응이 매우 복잡해져 향성분의 종류도 다채로워진다. 반대로 당분과 카르보닐화합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백질과 아미노산, 유지, 혹은 그 혼합물을 가열해도 그다지 좋은 향은 발생하지 않는다. 신선식품은 소금만 쳐서 구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그와 달리 안 좋은 냄새가 나는 재료는 갖은 양념과 향신료를 첨가해 요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끝으로.

    요즘들어 흔해진 개념으로 마이야르 반응이란 것이있다. 보통 스테이크를 구울때 많이 사용하기에 구이에서만 마이야르가 일어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간혹있다. 식품의 가열, 조리 또는 저장 중 특유의 색과 향을 생성하는 반응으로  간장 및 된장을 만들 때 발효와 함께 일어나는 숙성과정의 정체 역시 마이야르 반응이란 점에서 저온에서도 마이야르 반응은 일어난다. 그러나 요리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식품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충분한 반응을 일으키려면 120°C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며, 175~180°C 정도에서 그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리고 이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당이 혼자서 갈변하는 캐러멜라이징 반응이 강해져 마이야르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튀김을 180°C 이상에서 조리하고, 오븐의 기본 예열 온도가 180°C로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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